세계문학 속 대머리 인물들: 작가는 왜 머리카락을 지웠을까

고전문학에서 대머리는 단순한 외모 묘사가 아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조롱과 노화의 표시이고, 어떤 작품에서는 친근함이나 고단한 일상의 일부다. 심지어 제목에만 있고 무대에는 나타나지 않는 대머리도 있다. 머리카락이 적은 인물 여섯을 따라가 보면, 작가와 시대가 사람의 외모를 읽었던 방식도 함께 보인다.

먼저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아래 인물들을 오늘날의 의학적 기준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 번역본에 따라 ‘벗어진 머리’, ‘숱이 적은 머리’, ‘대머리’처럼 표현도 달라진다. 여기서는 작품이 실제로 머리카락이나 머리 모양을 언급하는 경우만 다룬다.

1. 《일리아스》의 테르시테스: 외모가 발언권을 결정하던 세계

그리스군 진영에서 아가멤논을 향해 항의하는 테르시테스를 상상한 만화풍 삽화

아마 이 목록에서 가장 오래된 인물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2권에 등장하는 테르시테스일 것이다. 그는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탐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그런데 시인은 그의 말을 들려주기 전에 굽은 다리, 움츠러든 어깨, 뾰족한 머리와 그 위에 드문드문 난 머리카락을 자세히 그린다.iliad

흥미로운 점은 테르시테스의 비판에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영웅답지 않은 몸과 볼품없는 머리 때문에 먼저 우스운 사람으로 규정된다. 오디세우스가 지팡이로 그를 때리자 병사들은 웃는다. 고대 서사시에서 외모는 성격 설명을 넘어 누가 말할 자격을 갖는가를 정하는 장치로도 쓰인 셈이다.

오늘의 독자에게는 불편한 장면이다.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기억할 가치가 있다. 머리숱을 인격이나 능력과 연결하는 오래된 습관이 적어도 서양 문학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에 이미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 《실수 연발》의 ‘시간 노인’: 탈모 치료 농담은 400년 전에도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실수 연발》 2막 2장에서 안티폴러스와 드로미오는 느닷없이 탈모에 관한 말장난을 시작한다. 드로미오는 ‘시간’을 머리가 훤히 벗어진 노인으로 의인화하고, 선천적으로 빠지는 머리를 되찾을 시간이 없다고 농담한다. 가발을 사면 다른 사람의 잃어버린 머리카락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도 보탠다.errors

여기서 대머리인 것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가는 모습을 한눈에 보여 주는 시각적 은유다. 동시에 가발이라는 해결책까지 등장한다. 탈모와 노화, 외모 관리가 세트로 묶이는 농담은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물론 극 속 농담에는 머리카락과 지능을 맞바꾸는 듯한 낡은 고정관념도 들어 있다. 지금 읽으면 웃음의 대상보다, 당시 관객이 어떤 외모 관념을 당연하게 공유했는지가 더 눈에 띈다.

3. 《픽윅 페이퍼스》의 새뮤얼 픽윅: 대머리가 주인공의 로고가 되다

찰스 디킨스는 《픽윅 페이퍼스》 첫 장에서 픽윅을 ‘대머리와 둥근 안경’으로 알아보게 한다. 그 이마 아래에는 거대한 두뇌가 움직이고, 안경 뒤에서는 눈이 반짝인다고 과장한다.pickwick

픽윅의 외모는 분명 희극적이다. 통통한 몸, 각반, 안경, 둥근 민머리가 한데 모여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는 실루엣을 만든다. 하지만 테르시테스의 경우와는 결이 다르다. 디킨스의 농담은 픽윅을 밀어내기보다 독자가 그에게 정을 붙이게 한다. 세상 물정에는 어두워 곤경에 빠지면서도 호기심과 선의를 잃지 않는 그의 성격처럼, 대머리도 우스우면서 위엄 있고 친근한 특징이 된다.

같은 ‘우스운 대머리’라도 누구를 향해 웃느냐가 중요하다. 테르시테스에게 웃음은 입을 막는 힘이지만, 픽윅에게 웃음은 독자를 곁으로 불러들이는 힘이다.

4. 《죄와 벌》의 마르멜라도프: 벗어진 머리 위에 얹힌 마지막 체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가 술집에서 만나는 마르멜라도프는 쉰을 넘긴 전직 관리다. 영문판 원문은 그를 머리가 벗어지고 희끗희끗하며, 술로 얼굴이 부은 사람으로 소개한다. 단추가 거의 떨어진 낡은 연미복에는 단 하나만 남아 잠겨 있다.crime

여기서 대머리는 웃음을 위한 독립된 소품이 아니다. 닳아버린 옷, 수염, 술기운과 함께 한 사람의 소진된 삶을 압축한다. 특히 마지막 단추를 잠근 모습은 몰락한 뒤에도 관리로서의 체면을 붙드는 듯하다. 디킨스의 둥근 픽윅이 활기찬 만화적 아이콘이라면, 마르멜라도프의 벗어진 머리는 시간과 빈곤이 몸에 남긴 흔적에 가깝다.

그를 단순한 주정뱅이로만 읽기는 어렵다. 도스토옙스키는 초라한 외모 바로 뒤에 강렬한 감정과 지성의 흔적을 놓는다. 외양이 인물을 설명하는 동시에, 외양만으로는 그를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5. 《율리시스》의 ‘대머리 팻’: 이름보다 먼저 붙는 형용사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는 주인공 리오폴드 블룸 못지않게 더블린의 수많은 시민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 오먼드 호텔의 웨이터 팻은 ‘Bald Pat’으로 거듭 불린다. 그는 청력도 좋지 않다. 조이스는 ‘팻은 웨이터이고, 당신이 기다리는 동안 기다린다’는 식으로 Pat, waiter, wait를 반복하며 그의 느린 움직임을 음악처럼 만든다.ulysses

팻의 대머리에는 장대한 상징이 붙지 않는다. 그것은 바쁜 식당에서 사람을 재빨리 구별하는 별명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이다. 우리는 종종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안경 쓴 분’, ‘모자 쓴 사람’, ‘대머리 아저씨’처럼 기억한다. 조이스는 그런 거리의 시선을 문장 안에 그대로 들여온다.

다만 오늘이라면 외모나 장애를 사람의 이름처럼 반복하는 방식은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장면은 근대 도시의 생생한 리듬과 함께, 타인을 몇 가지 눈에 띄는 특징으로 축소하는 시선도 보여 준다.

6. 《대머리 여가수》: 정작 등장하지 않는 가장 유명한 대머리

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대머리 여가수》에는 놀랍게도 대머리 여가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의 인물은 줄거리의 중심은커녕 무대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대화는 상식적인 문장처럼 출발하지만 점차 서로 연결되지 않고, 말은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소음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 작품의 ‘대머리’는 인물 묘사라기보다 독자와 관객을 유인하는 가짜 표지판이다. 우리는 제목을 보고 누군가의 생김새와 이야기를 기대하지만, 작품은 그 기대를 채워 주지 않는다. 앞선 작품에서 대머리가 인물을 단번에 알아보게 하는 표식이었다면, 여기서는 아무도 가리키지 않는 표식이 된다.

결국 머리카락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

세계문학 속 대머리는 한 가지 뜻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테르시테스에게는 조롱과 배제의 근거였고, ‘시간 노인’에게는 노화의 은유였다. 픽윅에게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디자인, 마르멜라도프에게는 소진된 삶의 흔적, 팻에게는 도시가 붙인 즉석 별명이었다. 이오네스코에 이르면 대머리는 실제 머리에서 떨어져 나와 언어 자체를 놀리는 농담이 된다.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사람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만 보고도 나이, 성격, 지위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만들어 낸다. 좋은 독서는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대신 질문하게 한다. 이 인물은 정말 이런 사람인가, 아니면 화자와 시대가 그렇게 보도록 만든 것인가?

그러니 고전을 읽다가 대머리 인물을 만나면 머리부터 보되, 거기서 멈추지는 말자. 작가가 지운 머리카락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빈자리를 채운 우리의 시선일지 모른다.


  1. Homer, Iliad, Book 2, lines 211–277, Perseus Digital Library 영문 원문. 번역에 따라 머리카락은 “scant stubble”, “thin, scraggly tufts” 등으로 옮겨진다.
  2. William Shakespeare, The Comedy of Errors, Act 2, Scene 2, Folger Shakespeare Library 원문.
  3. Charles Dickens, The Pickwick Papers, Chapter 1, Project Gutenberg 원문.
  4. Fyodor Dostoevsky, Crime and Punishment, Part 1, Chapter 2, Constance Garnett 번역, Project Gutenberg 원문.
  5. James Joyce, Ulysses, Episode 11 “Sirens,” Project Gutenberg 원문.